주요한 사회변화 중 하나는 가족 구조의 변화일 것입니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두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로 함께 사는 동거 가족이라는 형태가 등장했으며, 독신자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결혼한 부부 사이에 자녀가 없는 무자녀 가족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혼율의 증가로 편부모 가족 역시 증가 추세이며, 재혼으로 인한 계부모 가족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1. 독신생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년기에 결혼을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수의 성인들이 독신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독신자 수가 1990년에 102만 명이었으나, 1995년에는 164만 명으로 늘어나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혼자인 것이 편하기 때문에 독신으로 지냅니다.
독신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기 위해 자유를 원하며, 결혼에 대한 정서적/경제적 책임 때문에 이 자유를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독신자는 자신의 활동이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새로운 종류의 일을 할 기회와 학업을 계속하거나 창조적인 활동에 참여하기가 용이합니다.
스테인이라는 ㅎ학자는 22세에서 62세 사이의 독신남녀 60명 이상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했습니다. 연구결과 독신생활의 장점으로는 직업기회, 자급자족, 성적 자유, 신나는 생활양식, 이동성, 변화에서의 자유, 지속적인 우정, 다양한 경험, 다양한 역할, 심리적/사회적 자율성에 관한 기회 등이 열거되었습니다.
2. 동거생활
동거는 비교적 최근에 볼 수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서 혈연관계나 친족관계가 아닌 두 남녀가 공식적으로 결혼식이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 동거는 결혼에 대한 대안이라기보다 예비결혼의 성격이 강합니다. 한편 유럽에서의 동거는 실험결혼의 성격을 떠나 정상결혼의 한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여 년 전의 동거가족은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젊은이의 전유물이었거나 저소득층이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 의미와 성격이 달라진 새로운 풍속도의 하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방분교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동거문화'를 보면, 혼전공거의 이유는 생물학적 조숙경향과 성의 개방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청년들은 성적으로 성숙하고 강한 성적 욕구를 느끼지만, 이 욕구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결혼까지는 상당한 기간을 요합니다. 흔히 이 시기의 청년들을 '성적 실업자'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혼전동거를 성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혼전동거에 관한 대학생의 의식조사'라는 연구에서 대다수의 남학생들은 혼전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반면, 여학생들은 대다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결혼하게 될 배우자의 혼전동거 사실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훨씬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남성들은 혼전동거 자체에 대해서는 개방적 성향을 보이지만,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모순점이 있습니다. 어떤 남학생의 경우 자신은 남자이기 때문에 혼전동거 경험이 있을 수 있지만, 여성인 배우자의 혼전동거 사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 명심해야 할 분명한 사실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남자는 괜찮지만 여자는 안 된다"는 '이중 기준'이 계속해서 적용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청년들에게 동거는 '연인사이가 된다'는 것의 현대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시험결혼이 아니며 결혼을 연습하는 것도 아닙니다. 동거했던 사람들이 그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반드시 더 나은 결혼생활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한 연구에서는 동거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동거경험이 있는 사람들보다 결혼생활이 더 원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동거자들의 몇 가지 문제는 신혼부부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즉,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관심, 성관계의 해결,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의존, 다른 친구들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것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밖의 문제들은 동거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동거상황의 모호함에 대한 불안감, 질투, 관여하고자 하는 욕망 등입니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은 동거를 했건 안 했건 성생활에 있어서 만족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3. 무자녀 가족
남녀가 결혼을 하면 자녀를 갖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피임법의 보급, 여성의 역할변화, 개인주의적 사고의 증가 등은 점차 자발적인 무자녀 가족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무자녀 가족은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경우와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경우 등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경우 모두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미국의 부부 중 5~7%가 자발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이러한 결정을 할까요? 어떤 부부들은 자신들이 좋은 부모가 되기에 필요한 자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어떤 부부들은 자식을 기르는 데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을 만큼 자신들의 직업에 대단한 가치를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부부들은 자녀를 가짐으로써 수반되는 경제적인 부담을 원하지 않으며, 자녀가 그들 부부관계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사람들은 학력, 생활수준, 결혼연령이 높은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해 덜 전통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으며, 보다 즐거운 활동에 부부가 함께 참여합니다. 아이가 있으면 그들의 대인관계 욕구 중 일부를 자녀와의 상호작용으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입니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부부를 세상은 예전보다는 좀 더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회적 비난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런 부부로 하여금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기로 한 것이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증거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연구에서 대학생들은 남자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사람을 심리적으로 덜 건강하다고 여기며, 의도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여성보다 본의 아니게 아이를 갖지 못한 여성들에 대해 보다 더 호의적인 느낌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편부모 가족 (미혼 혹은 이혼, 사별 가족)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편부모가족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족형태입니다. 우리나라의 편부모가족은 1975년 642,999 가구에서 2000년에 들어서는 1,123,854 가구로 25년 동안에 거의 2배로 증가했습니다. 편부모가족을 편모와 편부가족의 비율로 살펴보면 약 5 : 1 정도로 편모 가족의 수가 편부 가족보다 월등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편모 가족의 문제는 첫째, 경제적 곤란입니다. 그 이유는 편모 가족의 경우 소득이 1/2 혹은 1/3로 감소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진출 그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둘째,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부재 시 동일시 대상의 상실과 "아버지 없이 자라서 아이가 버릇이 없다"는 식의 사회적 통념에서 오는 압박감과 열등감 그리고 가족 내 역할구조상의 문제로 인해 자녀에게 정서적 불안과 심리적 갈등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셋째, 모자 가족의 경우 어머니와 자녀들 모두가 일반가족에 비해 문제해결 능력, 가족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 역할기능, 정서적 반응, 정서적 관여, 자녀에 대한 행동통제 등 가족기능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편모 가족에 비해서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편부 가족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경제적인 문제로서, 편부가족의 대부분이 가사의 대체비용과 이혼 시의 재산분할로 인한 재산감소, 생활의 불규칙함에서 오는 지출과다 등 편모 가족의 문제와는 다른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둘째, 자녀양육과 가사역할 등 가정관리의 문제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셋째, 편부 가정의 자녀는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가족관계상의 문제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경험을 가질 기회가 적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5. 계부모 가족 (재혼 가족)
계부모 가족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경험한 죽음이나 이혼의 결과로 인한 상실감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하는데, 그것은 믿고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합니다. 이전의 친부모와의 유대나 헤어진 부모나 죽은 부모에 대한 충성심이 계부모와의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를 둔 남성이 아이를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여성과 결혼한 경우 인생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큽니다.
우리나라 재혼 가족 내 계모의 스트레스와 적응에 관한 심층면접연구에 의하면, 계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인 계모의 이미지, 모호하게 규정된 계모역할, 특히 전처 자녀의 양육과 관련된 문제에서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산과 양육의 경험 없이 재혼 남성의 가족에 편입되는 초혼계모로서는 자신의 불안한 위치나 모호한 역할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초혼계모들은 또한 가족 내에서뿐만 아니라 가족 외부에서 계모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에 매우 신경을 쓰고, 계모라는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초혼계모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특히 재혼 가족 상황과 관련시켜 볼 때, 먼저 전처나 자녀문제와 관련된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남편이 전처, 자녀에 대해 애착이 많은 경우 계모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모와 전처, 자녀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한 남성의 애정을 공유해야 하는 삼각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계모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전처나 자녀 편으로 지나치게 애정을 쏟을 때에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안과 질투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초혼계모가 시댁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의 내용들을 살펴볼 때, 초혼여성이 재혼남성과 결혼했다고 해서 가족관계에서 보다 평등하고 다소 우월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부계 직계가족을 축으로 한 가부장적 가족 문화 속에서 초혼인 결혼생활과 유사한 적응문제에 더하여 '재혼' 상황으로 인해 초래되는 부가적인 문제들로 갈등을 더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한은 주지 않은 채 의무만 강요하는 과도한 역할기대는 여성은 남성의 혈연집단에 종속되는 존재라는 가부장적 인식이 남아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