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의 배우자 선택
혼인은 인륜지대사로 배우자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입니다. 어떤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일생의 행/불행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반려자로서의 배우자를 신중히 결정하기 위해 배우자 선택의 기준과 그 과정, 그리고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고려해야 할 점에 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배우자 선택의 과정
배우자 선택의 과정을 일련의 '여과' 과정으로 보는 심리학적 접근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심리학자인 머스타인(B.J. Murstein)에 의하면, 우리가 배우자감을 만났을 때 맨 먼저 외모나 예절, 사회계층과 같은 외적 특성에 기초하여 둘이 얼마나 잘 맞을지를 점검한다고 합니다. 만약 첫 번째 관문에서 통과하면 그다음에는 태도나 신념(정치적 또는 종교적) 등을 맞춰 봅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통과하면, 즉 서로 호감이 가며 이제 '역할조화'가 쟁점이 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바라는 기대가 나의 욕구나 성향과도 일치하는가?', '두 사람의 성역할에 관해서도 의견이 일치하는가?' 등을 점검하게 됩니다. 여과이론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머스타인의 제안처럼 여과과정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이 처음부터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드리(J. Richard Udry) 또한 배우자 선택에서 결혼 상대자로 선택하기까지 모두 여섯 개의 여과망을 거치게 된다는 '여과이론'을 주장했습니다. 각 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 첫째, 근접성의 여과망을 통해 가능한 모든 대상자 가운데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만날 기회와 상호작용의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로 그 대상이 제한됩니다.
- 둘째, 매력의 여과망을 통해 서로 매력을 느끼고 끌리는 사람들로 그 대상이 좁혀집니다.
- 셋째, 사회적 배경의 여과망을 통해 인종, 연령, 교육 수준, 종교 등의 사회적 배경이 유사한 사람들로 범위가 더욱 좁혀집니다. 사회적 배경의 여과망은 당사자보다 부모에 의해 더 강조되기도 합니다.
- 넷째, 일치의 여과망을 통해 태도나 가치관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이 남게 됩니다.
- 다섯째, 상호보완성의 여과망을 통해 욕구와 성격특성에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게 됩니다.
- 여섯째, 결혼준비 상태라는 여과망을 통과함으로써 비로소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결혼 적령기, 결혼하라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압력, 결혼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 등이 결혼준비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사회학자들은 외적 특성을 보다 더 강조합니다. 배우자 선택에서 강력한 단일 요인은 유사성입니다. 우리는 연령, 교육 수준, 사회계층, 종교, 태도, 관심분야, 기질 등이 우리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게 됩니다. 사회학자들은 '동류교배'라는 말로 이 과정을 묘사합니다.
동류교배의 과정에 더하여 배우자 선택은 일종의 교환과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환이론가에 의하면, 우리는 가장 좋은 흥정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이론은 여성들은 주로 성적 서비스 또는 가사 노동을 제공하고, 남성들은 경제적 부양을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배우자 선택에서 이성의 경우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주로 보고, 남성의 경우 이성의 외모를 중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연구결과도 이 견해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남성은 외모와 성격을 중요시하며, 여성은 학력, 직업 또는 장래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배우자 선택에서 외적 특성을 점점 더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 배우자 선택의 기준
1) 외혼제와 내혼제
외혼제는 특정한 집단이나 범위 밖에서 혼인대상자를 선택해야 하는 제도로 근친 간이나 동성동본 간의 금혼제가 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혼제는 특정한 집단이나 범위 안에서 혼인대상자를 선택해야 하는 제도로 인종, 국적, 종교, 사회계층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혼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2) 동질혼과 이질혼
서로 유사한 사람끼리 혼인하는 것이 동질혼, 전혀 다른 사람과 혼인하는 것이 이질혼입니다. 20여 년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공동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혼인생활에서는 무엇인가 공통적인 기반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질혼은 이러한 공통기반을 제공해 줍니다.
반면, 이질혼에서는 서로의 성격이나 욕구가 다르다는 것이 보완적 요인이 되어 서로 매력을 느끼고 배우자로 선택하게 됩니다. 인간은 자아결핍에 대한 끊임없는 보상심리가 있기 때문에, 서로 반대되는 이질성에서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배우자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유사성과 서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이질성을 함께 지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배우자 선택 시 유의할 점
우리 나라의 한 연구자는 배우자 선택 시 고려할 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기도 했습니다.
- 결혼은 냉혹한 현실생활이므로 두 사람의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 애정, 존경, 신뢰 등이 수반되지 아니하고 단지 성적 매력만으로는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서로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
- 이 세상에 완전나 사람은 없다. 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 지금은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결혼을 하면 변하겠지 하는 생각은 착각이다. 따라서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보다는 상호적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 충분한 교제기간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잘 파악한 후에 결혼하는 것이 적응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학자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동기에 의해 결혼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연애에 실패한 후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서, 동정심에서,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서, 불행한 가정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등과 같이 혼인동기가 건전하지 못한 경우에는 결코 그 혼인이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 신경질적인 사람, 열등감이 강한 사람, 터무니 없는 우월감을 갖는 사람, 냉혹한 사람, 무책임한 사람, 사회적 적응력이 결여된 성격의 사람들은 혼인생활을 순조롭게 이끌지 못하므로 배우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