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 가족기능의 수행
가족의 기능은 학자의 견해에 따라서 다르게 규정되기도 하고, 시대나 사회의 특성에 따라서도 서로 다르게 규정될 수 있습니다. 몇몇의 해외 학자들은 가족은 인구생산, 자녀의 보호와 권리, 경제생활, 자녀의 사회화, 교육, 오락, 애정적 상호작용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 학자들은 보다 세분하여 성적 기능, 생식의 기능, 양육의 기능, 교육의 기능, 경제적 기능, 보호의 기능, 휴식의 기능, 오락의 기능, 종교적 기능으로 보다 현대적 성격을 강조했습니다. 가족의 기능이 시대에 따라서도 달리 요구될 수 있다고 본 어느 학자는 한국 전통사회의 가족 기능은 가계의 계승, 자녀의 사회화, 생산과 소비생활, 가족 외 협력관계 등으로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가족기능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전통적 특성과 현대라는 시대적 특성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성인이 다음의 기능을 수행할 때 가정은 보다 빨리 안정될 수 있으므로 가족의 기능수행은 중요한 발달과업이 됩니다.

1. 안식과 활력의 기능
가족은 가족구성원의 안식을 꾀하고 활력을 새롭게 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가족원이 심신의 긴장을 해소하도록 도와주고 피로를 회복시켜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신체적으로 건강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대사회의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개인의 사회생활도 그만큼 복잡해집니다. 개인엑게는 고도의 지적, 기능적 능력이 요구되고, 변천하는 사회에 보다 쉽고 빠르게 적응할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개인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Social needs)와 자신의 요구(Individual needs)를 절충시켜 자아실현을 꾀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 심리적 부담이 가중됩니다. 사회변화가 급진적일수록, 사회가 확대될수록, 개인의 적응속도도 급진적이어야 하고, 생활의 무대, 즉 활동의 장도 넓고 다양해지기 때문에 보다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고, 보다 자주 심한 좌절과 갈등을 극복해야 합니다. 가족은 이러한 현대인의 생활에 심신의 안식을 제공하고 새로운 활력을 재생시킬 수 있도록 의논, 상담 같은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고 가족단위의 놀이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 성과 생식의 기능
현대가족은 부부중심으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원한다면 생식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은 아직도 가족의 중요기능을 '집'의 영속성 유지로 보고 있고, 인간의 종족번식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생식의 기능은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부부는 원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녀를 갖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자녀는 부부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자유롭게 하기 때문에 생식의 기능을 다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종의 번식과 부부생활의 편의와 자유를 결합시켜 전보다 적은 수의 자녀를 생산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중요시되었던 남아선호사상도 점차 수정되었으며, 자녀의 성별과 관계없이 두 자녀 또는 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지향하는 추세입니다.
부부는 합의된 가족계획으로 원치 않는 아기가 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임신한 다음에는 태아교육에 힘써야 합니다. 태교는 수백 년 전부터 실천 강조된 우리 가족의 전통적 지혜로서, 태아의 인격적, 신체적, 지적 발달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가족의 태교 여하에 따라 정상적 또는 비정상적 자녀의 출산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부부는 보다 풍요하고 바른 지식을 갖추도록 요구되기도 합니다.
생식과는 관계없이 가족은 성생활을 필요로 합니다. 결혼을 위한 심리적 준비에서 파트너에 대해 기꺼이 자유로운 성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도 가족의 이런 기능에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3. 양육과 사회화의 기능
가족은 생산한 자녀를 양육하며 교육해야 합니다. 부모가 된 성인은 자녀의 성장발달에 관한 지식과 기능을 갖추어 심신이 건강한 인간으로 양육하도록 수유기, 이유기 및 배변훈련기 등을 거치면서, 무력한 아기가 당당히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능력과 자기 세계를 획득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양육합니다. 그래서 그가 속한 사회의 생활양식, 행동규범과 가치체계를 배우도록 도와주어야 보다 큰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고, 정복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됩니다.
여기서 사회화란 사회적으로 필요한 개인의 능력을 습득하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교육과 동의어로 보기도 합니다. 즉 사회화의 과정이란 곧 교육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성장 발달함에 따라 확대되어 가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과 태도 및 기능을 교육시킵니다. 유아기에는 가정에서, 좀 더 자라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고도의 능력을 갖추도록 자녀의 교육을 지도하고 담당합니다.
부모의 양육태도와 어린이의 성격 및 지적인 발달 간의 상관관계는 오랫동안 연구, 검증되어 왔습니다. 만 6세까지 인간의 인성기틀이 결정된다는 것과 대체로 만 8세까지 80%의 지적인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연구결과는 부모가 자녀의 양육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부모는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부모 되기는 쉬워도 부모노릇은 대단히 어려워 아동의 양육과 사회화를 촉진하려는 역할이 아동의 발달과 교육을 저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4. 경제적 기능
가족은 의, 식, 주를 비롯한 가족생활의 유지와 여러 가지 가족기능을 다해야 합니다. 가족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수입원을 찾아 노동을 담당해야 합니다. 성인가족은 각자의 능력이 미치는 한 경제적 수임을 위해 부담을 나누어 가집니다. 증대되는 여성의 취업화 경향은 곧 가족의 경제적 기능에서 가족원의 책임분담을 의미합니다.
여성의 취업과 경향은 교육 수준과 기호 여부와 관계없이 증대되어, 경제활동에서 여성인력은 상당히 공헌하고 있어, 가족의 경제적 기능에서도 전통적으로 남성에게만 의존하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5. 가족 외 협력관계의 기능
전통적으로 한국의 가족은 서구인의 가족과 다른 개념을 갖습니다. 전통사회의 가족은 혈연에 의해 확대된 씨족 또는 문중사회의 단위가 되었기 때문에, 친척들과의 교류와 협력은 서구인들의 의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아직까지 우리나라 현대가족의 대집단 친척관계는 깊게 밀착되어 있습니다. 또 동족의식, 혈연에 대한 가치도 대단히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은 가족 외의 타 가족, 즉 친척 가족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길흉사를 비롯하여 전통적인 풍속에 따른 이런 협력관계는 농촌일수록 더욱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서는 지연이나 학연 등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도 협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농촌의 전/답 작은 수리 시설을 비롯한 노동력 조달에서 마을 단위의 협력이 필요하며, 동창회 등도 길흉사의 상부상조를 위한 전통적인 협력관계의 변형이거나 지속입니다. 한 개인이 홀로 생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가족은 타 가족의 협력이 없이는 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